1 일차, 2023년 1월 2일 (월)

다시 향하는 아프리카 (D+1)

다시 아프리카로 향하는 날

아침밥을 먹었는데 뭔가 밥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다. 예전보다 양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기도 하고 아침을 안 먹기 시작한지 꽤 돼서 적응이 잘 안 되는 느낌이기도 하고. 밥 반 공기 정도 먹다가 말고 다시 잠들었다. 그러다 다시 점심 때 일어났다.

점심 때 일어나서도 계속 뒹굴거리기만 했다. ‘몇 분만 더 쉬다가 준비해야지’ 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막상 며칠 전까지 별 생각 없다가 출국하는 날이 되니 뭔가 심경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tent
이번 여행에 가져갈 텐트를 한 번 쳐봤다. 우리 집에는 텐트가 없고 텐트를 이용한 숙박 경험은 딱 한 번 빌려서 해 본 것 밖에 없었다. 텐트를 써야할 때 제대로 못 치고 헤매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테스트를 해봤다. 예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텐트 제대로 못치고 쩔쩔 메고 있는 모습을 좀 봐서 어려울까 싶었는데 설계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칠 수 있었다. 다만 잘 접어 넣는게 관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접으면 배낭에 넣기가 그렇게 힘들 수가 없고 들어가더라도 다른 짐 넣을 자리가 많이 좁아지게 되어 주의가 필요하다 ㅠㅠ

흉부엑스레이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길

저녁 11시 반 넘어서 이륙하는 비행기다 보니 출국하는 날이지만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아빠께서 퇴근하시는 때 까지 집에 있다 갈 수 있었는데 시간이 잘 맞아서 동대구역까지 데려다 주셨다.

생각보다 빡빡했던 공항에서의 시간

분명 공항에 2시간 40분 이상 전에 도착했는데 정신이 너무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위축되던 시기가 언제였냐는 듯 공항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그런 반면 공항의 각종 시설들은 완전히 정상화가 되지 않아 수용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repacking 매우 다행스럽게도 두바이에서 옷을 이렇게 두껍게 입으면 쪄죽는 다는 것을 짐 부치기 전에 알아차려 옷을 다시 챙길 수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갈아입을 수 있는 정도로 대충 갈아입은 다음 화장실에서 나머지 옷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니 시간이 또 20여분 지나 있었다.

그렇게 짐 정리를 마친 후에 체크인을 진행했다. 바구니 포함해서 짐이 20.0kg 나왔다. 지난번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살짝 무거운 것 같기도 하다. 지난번은 거의 모든 기후대를 다 통과하는 일정을 계획했기 때문에 옷을 이것저것 많이 챙겨서 무거워졌는데 이번에는 여름 옷 위주로 챙겨서 가방이 많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챙긴 두꺼운 옷과 캠핑을 위한 텐트 덕분에.

이륙

지난번에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쯤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 좋은 나라를 떠나 무슨 고생을 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탈 때도, 비행기가 이륙할 때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게이트 앞에 서니 다시 돌아오면 이제 대학원생긴가… 싶은 생각만 들었다.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지난 여행을 거치며 아프리카에서 펼쳐질 여정이 마냥 일상이 되어버린 탓일까.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에미리트 항공 승무원께서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 주셨다. 사전 신청을 해야하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몇몇 사람들만 찍고 나는 지나치셨다 ㅠㅠ 혼자 온 것 같아서 그러셨을까? 이런 거 하나 남겨 놓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다.

두바이에서 너무 더울 것 같아서 반팔로 옷을 갈아입었는데 비행기 안은 살짝 쌀쌀했다 ㅠㅠ 하긴 비행기 바깥 온도가 -40도 안팎이니 난방을 열심이 안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5시 넘어서 잠들고 그랬는데 오늘 따라 벌써 피곤해진다. 이동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져도 체력을 꽤 많이 소모하는 일이다. 뭐 좀 주는 거 있으면 받아 먹고 휴식을 취해야겠다.

누구만 기내식을 먼저 받길래 따로 요청을 안 하면 늦은 밤 식사는 제공받지 못하는 건가 싶었다. ‘아… 이 돈 내고 기내식 못 먹는건 너무 아까운데’ 싶어서 고민하다가 승무원 호출해서 물어봤는데 아직 안 나온거였다 ㅋㅋㅋㅋ 조금 연차가 있으신 승무원께서 “기내식은 따로 주문하는건 아니고 이 친구한테 말하면 돼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알고 보니 먼저 받으신 분들은 식단 등의 문제로 사전에 다른 기내식을 신청하여 선별적으로 미리 제공하고 있던 것이었다. 굶주려서 그런지 마음이 급해져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ㅋㅋㅋ 아니 90만원 씩이나 내고 제대로 못 먹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ㅠㅠㅠ

meal1 기내식은 치킨라이스랑 비프 메시 포테이토가 있다 그랬는데 고기 종류는 잘 모르겠고 라이스에 눈이 홱 돌아가서 바로 치킨라이스를 먹었다. 거기다가 러시아에서 주구장창 먹었던 고염식 감자 퓨레에 대한 트라우마의 영향도 있긴 했다 ㅋㅋㅋㅋ

meal1_after 기내식은 몽땅 다 비웠다. (이 사람은 뭐든 던져주면 잘 먹는다) 저녁을 제대로 먹질 않아서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나물은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었는데 내 입맛에 맞는 간이었다.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는데 생각보다 기분 좋게 술 취하는 느낌이 살짝 들어 좋았다. 마지막에 초콜렛이랑 킷캣도 먹었는데 와인이랑 같이 마시니까 그렇게 텁텁하지 않게 잘 먹었다.

잠들기 전에 어매니티로 나온 칫솔과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왔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중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이 앞에 계셨는데 소지품 가방을 몽땅 챙겨서 화장실에 오셨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내 가방을 다 챙겨서 가는 걸 조금 더 좋아했을텐데 요즘은 걱정이 덜 된다. 이 돈 주고 비행기 타는 사람들은 아쉬울 게 하나 없는 사람들일 거라 전혀 걱정이 안 된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그런데 칫솔이 굉장히 억세다. 마치 나무로 만든 칫솔같은 느낌.
다른 어매니티로 수면 양말이 있었는데 퀄리티가 엄청 좋지는 않아 재사용 할 것 같진 않다. 그런데 애초에 재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잖아?? ㅋㅋㅋㅋㅋ

한국시간 2시 47분, 비행기가 이륙한 지 3시간 정도 지난 지금 인촨 상공을 지나는 중이다. 아직 7시간 16분을 더 날아가야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중국 전체가 베이징 표준시를 쓰는 것도 참 웃기다. 꽤 많이 날아왔는데도 시간대가 안 바뀌네… 마하 0.86의 속도로 순항중.

이제 슬슬 수면을 시도해야겠다. 방금 비행기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피해서 우루쿠치 근처로 가려나보다. 원래는 이번 방학 때 자전거로 중국을 가로질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아프리카로 향한다. 언젠가 도전해 볼 날이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꽤 흘러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전 7시가 되었다. 기내에 여명 같은 조명이 켜져 있다. 이제 일어나라는 신호인가 싶다. 그 후로 30분 쯤 지났을까. 기내식이 한 번 더 나왔다. 역시 맛있게 잘 먹었다.
meal2

현지시간 5시 11분에 안전하게 두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공항 화장실에 들어오자 마자 두바이에서 일하는 인도/파키스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쓰고 있던 마스크가 처치 곤란이라 계속 쓰고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고 몇몇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들만 하고 계실 뿐이었다. 여기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더 이상하게 보이는 상황인 것이다. 나도 바로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경험이 굉장히 오랜만이라 신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3년 넘게 열심히 돌아다닐 줄은 상상도 못했다.

두바이 입국 심사에서는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심지어 입국 심사 담당하는 직원도 동료 직원이랑 즐겁게 이야기나 하다가 도장만 쾅 찍어주고 보내주셨다. 한국 여권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만 두바이 입국은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었다. 입국 심사를 마치면 1GB 무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SIM카드를 함께 제공한다. 두바이… 멋진 나라…

맡긴 짐은 바로 나이로비까지 가기 때문에 여기서 찾을 필요도 없는게 아니라 찾을 수 없다. 들고 있는 소지품만 잘 챙겨서 시내에서 열심히 잘 놀다 오면 된다. 수수료가 덜 나오는 좋은 ATM이 어디 있을까 열심히 돌아봤는데 잘 안보였다. 어떤 ATM에서는 계속 묻지도 않고 원화로 변환해서 원화 출금을 시도해서 해외 원화 결제 차단 서비스 때문에 출금이 불가능했다 ㅠㅠ 그러다가 되는 ATM 하나를 발견해서 뽑아두었다. (두바이에서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갈만한 장소는 카드 결제가 다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현금을 뽑지 않아도 될 수 있다)

해가 뜨기 전 도착한 두바이. 지금부터 새벽 2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열심히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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