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일차, 2019년 9월 12일

D+18 : 아침 일찍 도착한 알마티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기차

알마티에는 이른 아침에 도착한다. 한 아침 8시 정도?
도착 한 시간 전쯤 일어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두 시간 전에 일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주변 승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멀뚱멀뚱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으니 맞은편의 할머니께서 어서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알려주신다(역시! 초월번역의 힘은 훌륭하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화장실이 도착 한 시간 전에 닫히니 빨리 다녀와야 한단다. 다른 승객들도 생각이 같았는지, 두 시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다.

알마티 1역을 지나, 2역으로

알마티에는 철도역에 두 개 있다. 알마티 1 역이 있고, 알마티 2 역이 있다. 그만큼 꽤 규모가 큰 도시이다. 인구가 180만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직전에 머물렀던 러시아의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보다 더 많은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의 최대 도시 타이틀을 가져도 무방할 정도로 잘 발전된 도시다.
(아, 여담이지만 인구로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가 더 많지만, 각종 인프라와 생활수준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꼽는다고 한다.)


먼저 알마티 1역에 도착한다. 내려보진 않았지만 알마티 1역은 굉장히 세련된 승강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역의 풍경과 비슷하다. 승강장의 그늘막 옆으로 따뜻한 아침 햇살이 들어온다.
같은 객실에 탔던 승객의 2/3이상이 여기서 다 내렸다. 그리고 2역도 10분 정도만 더 가면 도착하기 때문에 객차 안은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어수선해졌다.

이틀 동안 기차 타고 오는 동안 마주보는 자리에 계셨던 할머니와 누르술탄 형 등을 제외하면 다른 승객과의 큰 교류가 없었는데 갑자기 몇몇 사람들과 말할 기회가 생겼다. 한 명의 카자흐스탄 형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여동생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주셨다. 번역기를 통해 겨우겨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어떤 형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아서 신기했다. 그러더니 지금 읽고 있던 동양 문화사 책을 펼쳐서 보여주더니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실제로 이런 문화가 있는지 (한국)원주민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ㅋㅋㅋㅋㅋ 그 내용 중에는 누구나 동의할 만한 것도 있었고, 현대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조금 괴리감이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다. 해당 문화권에서 오래 생활하지 않았더라면 착각할 법한 그런 내용이었다. 엄청 잘못되었다고 하기 힘든. 그리고 이번에 이틀동안 기차를 타고 온 2,500km(노보시비르스크 - 알마티)거리를 히치하이킹을 통해 이동했던 이야기도 조금 들려줬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아직 내리지 않은 남은 승객들이 모두 우리 주변으로 몰려와서 함께 그 순간을 보냈다. 어린 아기는 엄마의 품을 떠나 다른 승객의 손을 거치며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다(스포 - 이 아기네 가족을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ㅎㅎ).

알마티 1역 이후로 2역까지 고작 10분 정도 더 가는 짧은 시간동안 굉장히 많은 소통이 있었다. 언어적으로도, 비언어적으로도. 다들 진작에 만났으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뻔 했다.


반면 알마티 2 역은 더 최근에 지어진 역 같은데도 그에 비해 시설이 미비했다. 기차에서 폴짝 뛰어내려 임시 건널목도 아닌 울퉁불퉁한 철길을 직접 건너 출구로 가야했다.
알마티 1역 보다 2역이 시내와 더 가깝다는 말을 듣고 이쪽까지 오는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영 아닌 것만 같았다.

ATM을 찾아 삼만리(?)

일단 카자흐스탄 돈을 조금 찾아야해서 역 안에 ATM이 있는지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환전을 안 해온 탓에 돈이 한 푼도 없다. 카드를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면 밥 한 끼 조차 먹을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역 안에 ATM이 하나도 안 보였다.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 알마티 2역

어쩔 수 없이 바깥에 있는 ATM을 찾아보기로 하고 역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시내로 가깝다더니 뭔가 아직 개발이 덜 된 외곽의 신도시 같은 인상을 주었다. 주변에 이거 말고 아무 것도 안 보였다. 게다가 사람까지 별로 없어 고요했다.
제대로 온 게 맞나 싶었다. 분명 지도 상으로 봤을 때는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시내와 붙어있었는데 말이다…

여기서도 역을 나오자마자 “택시! 택시!” 외치는 기사님들이 많으시다. 만약 택시를 타고 싶다면 바로 타기보다는 Yandex 택시(러시아 등에서 운영되는 카카오택시)앱을 통해 호출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마 역 바로 앞의 기사님이 수락하실거다. 기사님들을 믿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금액을 과하게 내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이다. 택시비는 체감상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되는 듯 했다.

아, 이제 모든 의문이 풀렸다. 한두블럭 걸어나오니 조금은 큰 도로들이 나오고 많은 차와 버스들이 지나다닌다. 그제서야 아, 제대로 왔구나 싶었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ATM이 잘 안보였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번역기로 가까운 ATM이 어디있나요?를 보여주며 묻고 물어 하나를 발견했다. 몇 만원 정도 뽑아 두었다.

심카드 구매, 간단한 아침 식사

이제 카자흐스탄 텡게가 생겼다.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조그마한 가게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에어비엔비로 잡아둔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던 중이었다. 숙소 주인분과 연락도 해야하고, 카자흐스탄에 잘 도착했다고 생존신고도 하고, 바깥 세상 소식도 접하고 싶었기에 심 카드를 사려고 했다. 통신사 매장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전자상가 같은 곳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란다. 이른 아침에 도착했더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나보나 싶었다. 그런데 어떡해. 며칠에 한 번 있는 기차가 이 시간 뿐인걸! ㅋㅋㅋㅋ

그러다가 폰 케이스를 파는 듯한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었다. 혹시나 여기서 심 카드를 구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한 번 들어가보았다.
언어 문제로 소통은 잘 안 되었지만 어찌저찌해서 원하는 바를 전달했고, 심 카드를 구매하고 인터넷 사용 금액을 충전할 수 있었다. 처음에 10GB를 등록해준다고 그러셔서 그만큼 필요없다고 했는데 한화 6000원 정도의 금액을 충전기에 투입하면 데이터 10GB 사용할 만큼이 충전된다…? 는 것 같았다. 더 적은 금액을 충전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혁명적 가격이기에 그냥 부담없이 충전했다.

통신사에 가야만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유심을

구멍가게에서 심 카드를 사고, 주인 분께서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활성화시키고, 근처 길가에 있는 충전기에 지폐를 넣어 데이터를 충전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기한 시스템이었다. 어쩌다가, 아주 쉽게 인터넷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난 후 바로 앞에 카페(음식점으로도 통함!)가 있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일찍 도착하니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배도 일찍 고파온다.
먹고싶은 메뉴를 선택해서 먹는 카페테리아식 식당이었는데 감자퓨레, 함박스테이크를 달라고 해서 먹었다. 커피도 먹었던 것 같은데 2000원 가량 나온다. 우리나라의 1/3 ~ 1/2 정도 되는 물가가 아닐까 싶었다.

아뿔싸, 지난 이틀간 기차에서 배터리를 제대로 충전하지 못했더니 모든 전자기기의 배터리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4시간 정도 남았는데, 위치도 확인해야하고 주인분과 연락도 되어야 한다. 그 때까지 남아 있을까?

누르술탄(아스타나)행 기차표를 사러…

카자흐스탄에 잠시 들렀다가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가는 이동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딱히 방법이 없는데, 비자를 받아야하는 중국도 갈 수 없고, 위험한 아프가니스탄도 못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실적이지 못한 선택지를 줄이고 나면 두 개 정도 남는데,

  1.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카스피해를 건너 아제르바이잔으로 가기
  2. 기차를 타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정도가 있다.

그 중 2번을 선택했는데, 1번의 경우 동선도 조금 애매해지고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관광객을 환영하는 나라가 아닌지라 통과 목적에 한해서만 비자를 발급해주고 그 안에 빠져나가야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어서 그랬다.
그럴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다음 번에 중앙아시아로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1번의 길을 따라가 보고 싶다.

알마티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직통 열차는 현재 없어,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구. 아스타나)에서 한 번의 환승이 필요했다. 여기서 알마티 - 누르술탄은 카자흐스탄 국내선이라 러시아 철도청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없었다. 카자흐스탄 철도청 홈페이지에서 예약도 가능하긴 하다던데 언어 문제로 차편을 검색하는 것 부터 어려웠다. 그러니 당연히 구매도 어려울 수 밖에.
그래서 알마티에 도착한 후 어떻게든 카자흐스탄 수도로 이동해 거기서 모스크바로 갈 생각을 하고 왔다. 혹시나 매진 등의 이유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버스편을 알아보던지(천 km 를 넘게 가는데 있을 것인가!), 히치하이킹을 하던지(이 구간을 자동차로 오가는 사람도 있을 것인가!) 하려고 했다.

구 소련권 국가들의 특징인지, 알마티2역도 내부가 궁전처럼 화려했다.

국내선 기차표를 구하러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표를 사기 직전까지도 언제 이곳을 떠날지 정하지 않았다. 대충 5일 정도면 충분하겠지? 싶어서 5일 뒤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달라고 했다. 21시간을 가는 고속열차임에도 기차 가격이 정말 저렴해서 놀랐다! 한화 약 3만원 정도.
현금만 받는데, 모자라니 역 안에 ATM을 알려주며 뽑아오면 된다고 그러셨다. 깊숙한 곳에 있어서 찾지 못했던 것이다. 아, 아침에 불필요하게 멀리멀리 현금을 찾아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덕분에 인터넷을 조금 더 빨리 얻었다! ㅎㅎ

(여담이지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도 있던데, 그건 이 기차표를 끊고 난 이후에 알게 되어 선택할 수 없었다. 표 버리고 가면 되지!)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대합실에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
그러던 중에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외국인 몇 분이 역 대합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처음에는 그냥 초코파이나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심심해서 한 번 말을 걸어보았다. 미국인이셨는데, 중앙아시아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다고 하셨다. 많이 달리는 날은 100km 정도 간다고 하셨고, 중앙아시아에는 넓은 반면 도시가 많지 않아서 도시가 보일 때 묵고 가지 않으면 황량한 초원에서 캠핑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다.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하는데, 언제 한 번 이렇게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그럴 시간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다 떨어진 배터리, 우여곡절 숙소 찾기

낙후된 카자흐스탄 기차를 이틀 타고 오는 동안 배터리 충전을 거의 못했다. 그래서 여러 전자기기에 있는 배터리를 열심히 끌어모아 휴대폰을 충전시켰는데도, 이쯤 되어서 거의 방전되었다.

역에 콘센트가 있다면 잠깐 충전하려고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건물 벽에 콘센트가 있는 것이 아닌, 전자기기가 필요한 경우에만 따로 선을 끌어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역 안에서 충전을 할 수 없었다.
배터리가 언제 다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아직까지 2시에 만나기로 한 숙소 주인분과 연락을 제대로 못 했다. 그냥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연락이 두절될 수도 있다는 연락만 드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꺼져버렸다.

겨우겨우, 와이파이만 되는 태블릿으로 찾기 정말 힘든 개방 와이파이를 겨우겨우 잡아 집 주소만을 다시 확인하고 길을 향했다. 역에서 가까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위치가 멀어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도 집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지 못해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아주머니 한 분께서 먼저 다가오셔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말을 거셨다. 아주머니도 우리랑 똑같이 헤매긴 했는데, 그러다가 집 주인분을 만나서 들어갈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먼저 도와주려고 하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기대하지 않은 친절을 경험했다. 역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이 넘었다.

드디어 쉴 수 있었다.

멋진 톈산산맥의 설산!

아침 일찍 도착하는 기차라, 도착 당일날에 뭔가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게으름 피우면서 쉬느라 거의 저녁 때가 다 되었다. 저녁도 먹어야하고, 혹시나 앞으로의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물건을 조금 사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아주 큰 쇼핑몰에 잠시 들렀다 나오는데 굉장히 놀라운 광경을 마주했다.

험준한 산이 펼쳐져 있다는 건 알았는데, 시내에서도 이 모습을 볼 줄 몰랐다.

카자흐스탄 뒤쪽으로 엄청난 규모의 고원이 펼쳐진 험준한 지형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알마티 시내 한복판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시베리아에서 이틀동안 열심히 남쪽으로 내려와 기온도 10도나 넘게 오른, 늦여름 날씨인데도 저 뒤에 보이는 높은 산에는 눈이 녹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내일 저곳을 찾아 올라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숙소를 찾아서 걸어 오는 길에도 이 풍경을 볼 수 있는게 당연한건데, 그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미처 신경쓰지 못한 모양이다.

호화로운 저녁

이틀간의 기차생활을 잘 수행한(?) 스스로에게 멋진 저녁을

저녁으로는 주변의 인도 음식점을 찾았다. 지난 시간동안 한국 음식에 준하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드디어 조금 맵다고 인정해 줄만한 음식을 찾았다. 카레와 탄두리치킨, 볶음밥을 시켰다. 점원이 그냥 하겠냐 맵게 하겠냐고 물어봤는데 무조건 매운 쪽으로 선택했다. 그래도 맵지 않을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고, 어느 정도 맞았다.

예상보다 조금 더 매웠던 건, 저 초록색 소스. 무엇을 넣고 만든건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만남

저녁을 먹을 때 쯤 “Couchsurfing”이라는 앱을 통해 주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I am legend”라는 자기 소개를 써 둔 터키 아저씨를 만나기로 했다.

이란계 터키인이셨는데 지금은 중앙아시아를 차례로 돌면서 낙농업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안주로 치즈스틱을 시키시더니, 맛을 보고는 정통 카자흐스탄 치즈라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3시간 정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각자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허나, 개인적으로 고민되는 건 어떻게 이것을 전달하느냐이다.
사회를 보는 시선은 개인의 관점과 속해있는 집단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국가간의 마찰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 마찰을 빚는 국가 중 하나에 속해있다면 “나의 주장”은 강력히 편향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사례로, 한국과 일본의 국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독도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이 때도 그랬고). 그런데 “한국인”인 스스로가, 혹은 일본인 아무개가 아무런 근거 없이 단순하게 “우리 땅인데 쟤들이 우리 땅이라고 우겨요!”라고 전달하면 제 3 국인 입장에서는 양쪽 주장 모두 허무맹랑하게 들릴 것이다. 그리고 다소 편향된 의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제적으로 중립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전달하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독도에 대해 영토 분쟁중이지만…. 으로 시작하고 싶다.
아니 “이 매국노 자식!”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한국인으로써 그럴 수 있냐고.
그렇지만, 그 뒤로 신라 지증왕 시절 우산국이 복속하도록 한 일, 조선 중기 안용복이 일본으로 건너가 막부로부터 조선 영토임을 인정받고 온 것, 20세기 전후 발효된 시마네현 고시와 러일전쟁 이야기, 한국전쟁 전후로 활동했던 홍순칠 대장의 독도 의용 수비대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주려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이런 이야기들과 함께라면 조금 더 힘이 있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터키인 아르말리 아저씨와 함께 세 시간을 보냈던 Sherlock Holms Pub

아무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곧 가게 마감 시간이 되어 나가봐야했다. 정말 늦은 새벽 1시였다. 여기서 한 달을 지낸 아저씨 말로는 구 소련권 국가들은 과거의 강력했던 군 체제 등으로 인해 사회 질서가 잘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셨다. 3시간 정도 이야기 나누며 먹었던 맥주 값을 다 계산해주셨다. 우리가 아저씨의 손님이라고 그러시면서. 나중에 내가 아저씨와 같은 입장에 서게 된다면 꼭 이런 친절을 배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말해두지만, 며칠 후에 다시 인연이 닿게 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