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일차, 2019년 9월 14일

오늘의 주요 이동 경로

오늘은 카자흐스탄 남부의 알마티를 떠나 키르기즈스탄 비슈케크로 가는 날이다. 주행거리는 약 235km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고속도로 같은 구간은 극히 일부 뿐이고 좁은 왕복 2차선 도로가 국경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구 사이의 거리보다 더 가깝지만 4시간 이상은 걸린다. 드문드문 보이는 주유소와 그에 딸린 휴게소 말고는 사람이 지은 건물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카자흐스탄의 땅은 넓고 황량했다.

D+20 : 키르기즈스탄으로 가는 길에 만난 모습

키르기즈스탄에 다녀올까?

원래는 카자흐스탄에 좀 더 머물면서 주변 지역의 대자연(?)을 느껴보고 올 계획이었다. 배틀트립이었나? 요즘 알마티가 여행 방송을 타면서 인기가 많이 늘었고, 여행지를 발굴해내는 한국인들도 많아졌다. 그들 사이에서 유명한 것이 “빅 알마티 레이크”, “챠른 캐년” 등이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따로 검색을 해보면 될 것이다(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유연한 일정이었기에 모스크바행 기차를 타기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키르기즈스탄에 가보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대한민국의 여권은 강력하기에 키르기즈스탄 또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쉬케크와 이곳 알마티는 약 230km 정도 떨어져 있다. 과거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알마티였을 때는 이 두 곳이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라는 타이틀도 붙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스탄 나라들의 수도는 하나 같이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묵고 있던 에어비엔비 호스트를 통해 비쉬케크로 가는 방법을 물었고, 사이란 버스터미널(사이란 호수 바로 옆에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확인하자!)에서 거의 매 시간마다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에어비엔비의 호스트는 항상 좋은 평점을 위해 성심성의껏(?) 답변해준다 ㅎㅎ

버스가 자주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아침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잘 만큼 충분히 자고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3주 정도 지내다 보니 짐 싸는 기술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공간이 부족해 억지로 꾹꾹 눌러 담고 침낭은 바깥으로 빼서 고리에 묶어 두어야 했는데, 이제는 침낭까지 깔끔하게 넣고 나서 레인커버도 쉽게 씌울 수 있는 사이즈를 만들어냈다.
또 다시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알마티는 여러모로 굉장히 현대적인 도시다.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도시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 같은데, 이렇게 공공자전거를 곳곳에 배치하거나, 갓길 주차 정산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교통카드 단말기. 알마티 버스는 현금 탑승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영수증도 발행 안 해주더라… 제멋대로다.)
버스를 타고 사이란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8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나름 뚜벅이 장인(?)이라 할지라도 적지 않은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버스가 달리며 사람들을 끊임 없이 태우기 시작하면서 버스 안이 미어 터지기 시작했다. 나는 버스의 경사진 부분에 애매하게 걸터 앉고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는데 어찌어찌 한 쪽 다리로 내 몸무게와 가방의 무게를 다 지탱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졌다. 게다가 버스 안은 훅훅 찌는 상황이라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비쉬케크행 버스 표 구하기


버스에서 내리면 “비쉬케크? 비쉬케크? 컴히어~” 하면서 어린아이, 아저씨 할 것 없이 우리에게 접근해 버스를 타러 가자고 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사설 버스를 타라는 유혹인 것 같았다. 터미널에서 표를 구매하고 그걸 이용해서 탈 수 있는 버스가 있다.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해 주면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도록 하자.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눈이 빨갛게 충혈된 어떤 아저씨가 나를 따라오며 별 알아듣지 못 할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도 버스 터미널 주변을 배회하셨다.)

아무튼, 그 장소를 벗어나 터미널 안으로 향했다. 구 소련권 국가의 공중 시설에는 항상 보안 검색대를 설치하고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이곳도 시설은 남아 있는데, 정작 유의미하게 활용하진 않는 듯 했다(지하철에서는 X-ray 감지기 사용함). 버스 터미널 안으로 들어섰는데 어딜 가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그냥 창구 쪽으로 걸어갔다.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이쪽은 국내용 창구라더라. 국외로 향하는 버스는 다른 부스에서 판매한다고. 안내판이 친절했더라면 이런 불편함은 덜 겪었을텐데. 아직 이런 세세한 배려를 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나라인가 싶었다.

여권을 보여주고 티켓을 발권한다. 여기도 영수증이 곧 티켓이니 어디 버리면 큰일 난다 ㅎㅎ 카드 결제까지 되어서 행복했다. 현금은 비상시에 쓰기 좋아 다 털어야 하는 일이 없다면 최대한 남겨두는 쪽이 좋은 것 같다. 수수료 문제는 괜찮은 카드를 들고 가면 걱정할 필요 없다. 일반적인 마스터카드는 건당 1$와 결제금액 1%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편인 것 같은데, 내가 가진 카드는 건당 0$의 수수료와 결제금액 1%수수료를 부과하지만, 1.5% 해외 사용 캐시백이 있어서 사실상 0.5% 할인 카드여서 쏠쏠했다. (그러나 국내 사용 실적 20만원이 있어야 캐시백이 되더라… 딱 한 달만 혜택을 받고 끝났다 ㅠㅠ)

앗…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버렸다! 터미널 구석에 있는 차와 빵을 파는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좀 사 먹으며 배를 채우고 버스에 올랐다.


지난번 올혼섬에 갔을 때 탔던 것과 비슷한 미니버스를 타게 되었다. 정시 출발? 같은 건 없는 것 같고, 사람들이 적당히 올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30분 정도 더 기다렸다. 아무래도 두 명 태우고 버스를 운행하면 손해보는 장사일 것 같았다 ㅜㅜ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초원

알마티는 분명 큰 도시였지만, 시 외곽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좁은 농로를 지나가더니 아무 것도 없는 초원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화는 되지만, 인터넷이 끊기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기차를 타고 오면서 많이 봤던 풍경이다. 이번에도 이런 풍경”만” 펼쳐지고 있었다. 카자흐스탄이 전 세계에서 9번째로 영토가 큰 나라라고 할지라도 이 영토를 의미 있게 쓰지 못하고 있음이 확연히 느껴졌다. 사람들이 정착해 살기엔 너무 척박한 땅임이 틀림 없다.
이 지역 사람들이 왜 유목을 하며 살게 되었는지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지나가다 신기한 모습을 봤다. 땅 곳곳에서 불이 피어오르거나, 이미 타 있는 상태로 검게 변한 채 연기말 풀풀 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불이 난 거다. 처음에는 화전인지 화재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당국이 불을 끄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의 산불과는 다르게, 이곳의 초원은 타오를 만한 고작 키가 작은 풀 정도이고 인근 도시에 피해를 줄 만큼 크게 번지기에는 땅이 너무 넓었다.
화재 전이나, 후나 작은 키를 가진 풀이 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이유로, 아마 불이 난다 해도 끄는 데 돈이 더 많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풍력 발전 단지도 있었다. 바람이 꽤 많이 부는 동네인가 싶었다.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도 이런 미래 에너지 자원에 대해 신경쓰고 투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오후에 바라본 주변 풍경이다. 나지막한 언덕이 군데 군데 솟아 오후의 햇살을 받는 모습이 참 아름다울 수 없다. 이런 숨 막히는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지금 어디냐고 물어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 사진을 보내주니 “캬~ 이거지~” 하는 반응이 많았다. “중앙아시아” 하면 떠오르는 탁 트인 초원에서 느끼는 대자연의 기운! 하고 매우 잘 맞는 풍경이었다.

키르기즈스탄 국경에 다다르다!

인터넷도 하나 잡히지 않는 황량한 초원이 끝나고 사람이 사는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인터넷도 조금씩 신호가 잡히기 시작한다. 국경에 위치한 도시에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해가 지기 전에 키르기즈에 도착했으면 싶었는데,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생각한 나의 실수였다. 세 시 좀 넘어 출발한 버스는 7시가 다 된 해질녘에 도착했다. 이미 해는 지평선을 넘어갔고, 하늘에는 조금 남은 붉은 기운만 조금 감돌 뿐이었다.

보더 주변의 사진은 일부러 찍지 않았다. 사실 찍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한데, 국경 수비대와 괜한 시비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국경이 대충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사진을 가져왔다.

Vmenkov / CC BY-SA

카자흐스탄에서 비슈케크로 향하는 Korday에 위치한 국경이다. 이 국경은 굉장히 분주한 국경이다. 수많은 키르기즈 사람들과 카자흐 사람들이 이 국경을 통해 양국을 왕래한다. 알마티와 비슈케크 사이의 이동 시간에는 이곳이 혼잡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버스는 통과 우대 정책이 있어서 그나마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여기서 자신이 가진 모든 짐을 들고 내려서 출입국 심사를 준비하면 된다.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 해도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국경 심사대 근처로 와 있을 것이다. 국경 수비대의 간단한 지시를 따라 가면 된다. 미리 여권을 준비하라고 “빠쓰뽀르트” 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들었다.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로 두 번째로 넘는 국경이다. 출입국 심사에서는 아무 것도 물어 보지 않았고, 짐 검사도 그냥 X-ray 검사기에 통과시키기만 할 뿐 추가 확인은 전혀 없었다. 사진만 찍고 도장 쾅! 하고 나와서 걸어가면 된다.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이쪽 국경은 아주 작은 강을 사이에 둔 자연 국경이다. 그래서 그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키르기즈스탄 땅을 밟게 된다.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게 신기하면 안 될 나라이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 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산 가족의 슬픔, 이념 경쟁으로 뒤덮인 과거의 통일론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나도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가족 이야기를 듣지 못했더라면 영영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우리 세대에서는 새로운 논리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줄이고 새 평화를 열어갈 수 있으면 한다.

키르기즈쪽 땅에는 “키르기즈스탄”이라고 키릴 문자로 적어둔 팻말이 큼지막하게 서 있다. 드디어 키르기즈스탄에 도착했구나!
역시나, 보더라서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여긴 찍어도 될 것 같다! 누가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를 공유한다. (링크)

키르기즈 쪽도 아무런 검사를 하지 않고, 도장을 쾅 찍고 입국을 허락한다. 정말 넘기 쉬운 국경 중 하나인 것 같다.

비슈케크 시내로 가는 길

그렇게 출입국 절차를 완전히 마치고 나니 해가 완전히 져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진 잘 모르겠지만, 버스를 탔던 일행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그렇게 하면 길을 잃지 않겠거니 하며 말이다.

국경 앞에는 유심을 파는 보따리상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카자흐스탄의 전화 신호가 잡히지만, 곧 끊어질 터였다. 살까 말까 싶었는데 7000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서 사지 않기로 했다. 예약해 둔 숙소도 없이 늦은 밤에 도착하는 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이 없을 적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이 길을 걸어갔다!

아무튼, 그렇게 일행을 따라간 곳은 우리 버스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버스(승합차 미니 버스)의 차고지였다. 그러고선 그 차를 타시는거다. 다른 곳에 가시려고 하는데 우리가 잘못 따라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기사님께 여쭤 보니 비쉬케크로 가는 것이 맞다고 하셨고, 예전에 버스가 국경까지만 데려다 주고 되돌아 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어서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버스를 탔다.
국경임을 감안해 기사님들은 키르기즈 솜 뿐만 아니라 카자흐 텡게도 받으셨다. 미리 환전하기도 마땅치 않을텐데, 적당히 텡게를 남겨둔 후 버스비로 지불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가격 차이도 크게 많이 안 난다.

국경과 비쉬케크는 그렇게 멀지 않다. 차로 10~20분만 가면 바로 시가지가 나온다. 그런데 타고 가던 중에 우리가 국경까지 타고 온 버스가 지금 탄 차를 추월해 빠르게 달려가는 게 보였다! 그걸 타도 되었겠지만, 지금 보면 그 버스를 타고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버스터미널에 가는 것보다 시내버스를 타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그 버스를 타도 중도 하차가 가능했으리라 믿지만, 말도 못하고 지리도 모르는 초행길 외국인이 뭘 하겠는가 ㅎㅎ).

사람들이 중간에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가 어디 이상한 데로 가기 전에 지도에서 중심가 같아 보이는 곳에 최대한 가까이 왔다 싶을 때 내려달라고 해서 내렸다. 성공적으로 비쉬케크에 도착했다. 밤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인데도 거리에 사람들은 많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이 나라도 심각한 치안 문제가 없음을 직감한다.

쇼핑몰 같은 곳을 찾아 들어가 보니 다행히 ATM이 있어서 키르기즈 솜을 뽑을 수 있었다. 수수료가 많이 나올 지도 모르니 적당량만 뽑았다.

이제는 잘 곳을 확보해야 할 차례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노숙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없다 하지만 “2GIS” 앱에서 비쉬케크 지도를 미리 받아와 여기 있는 시설을 검색할 수 있었다. “compass hostel”이라는 곳이 평점이 꽤 높고 가까이 있어 이곳을 찾았다.

미션 완수!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시설이 정말 좋아서 놀랐다! 도시 분위기는 이렇게 깔끔한 시설을 기대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아무 계획도 없이, 인터넷도 없이 어찌어찌 안전하게 키르기즈스탄으로 도착했다. 다행이다. 게다가 시설도 정말 만족스러운 숙소다

부킹닷컴. 전 세계의 엄청 많은 숙소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예약도 도와준다. 그러나 많은 만큼, 영업을 중단한 허수도 좀 있기에 조심할 필요는 있다. 2년간 9.6, 9.8에 달하는 매우 좋은 평점을 받은 숙소다. 부킹닷컴 평점이 이정도라면 믿어도 좋다. ㅎㅎ

직원 분께서 처음에는 방이 없다더니 위에 올라가서 확인하고 오겠다고 하신다. 방이 혹시 없을까 초조해지긴 했다. 이내 다시 돌아와서는 자리가 다행스럽게 있어서 묵을 수 있다고 알려주신다! 어쨌든, 오늘 이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흠… 근데 좀 이상하다. 정작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비어 있는 침대가 꽤 많았다. 호실 관리가 체계적으로 되고 있지 않은건지, 아니면 간절함을 불러일으켜 숙소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전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키르기즈에서 맛보는 맛있는 케밥!


아침에 일어나 버스터미널에서 빵으로 점심을 대충 때운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안 먹었기에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케밥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보던 돌돌 말린 케밥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케밥의 일종읜 “되네르 케밥”이고, 케밥은 그냥 불에 구운 고기요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양갈비 케밥과 닭고기 케밥을 시켰다. 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맛 보기 어려운 특별함을 느낄 수 있고, 닭고기는 세계 어딜 가나 기대하는 “그 맛”을 볼 수 있다.


정말 맛있어서 싹싹 다 비웠다. 해외 나와서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정도로 음식을 남겨본 적이 없다. 다른 풍의 음식도 꺼리낌 없이 잘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계여행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디저트를 먹겠냐고 물어보시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한 게 있고 꿀과 넛이 들어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그걸로 달라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 나왔다!

기가 막힌 단맛의 디저트 바클라바를 처음 맛보았다. 중앙아시아, 터키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보스니아에서도 봤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정말 설탕을 두 숟가락 크게 퍼서 입에다 바로 넣은 듯 한 엄청난 단 맛이 입안을 휘감는다.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정말 최고의 디저트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ㅎㅎ

이와는 별개로 식당에서 특별한 모습이 보였다.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 자녀들이 부모님께서 일을 마치시기를 기다리며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테이블에서 콜라를 주문하자 부모님께서 아이에서 돈을 쥐어주며 바깥의 구멍가게에서 콜라 한 병을 사오도록 심부름을 시켰고, 이 콜라를 손님께 내어 드렸다. 뭔가 우리나라 같으면 냉장고에 주문 가능한 모든 음료를 넉넉히 쌓아 두고 바로 꺼내서 내놓을 것 같은데, 나름 신기한 모습이었다. 뭔가 식당에 생산품을 “공급”하는 작업이 체계적이지 않은건가? 싶기도 했다.
(이 다음날 시내를 둘러보며 느낀 것이지만, 아이들이 가게를 지키며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것도 우연한 모습이 아니었다.)


요렇게 생긴 잔에 나온 홍차다. 다 마시고 나서 한 잔 더 마시겠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했더니 리필은 아니고 두 잔 가격을 청구하긴 했다 ㅋㅋㅋ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키르기즈 물가에 비해 정말 비싼 식당이다. 몇 배는 비쌌다. compass hostel 주변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더 값싸고 좋은 음식점도 많다!


너무 많은 사람이 접속해서 그런지 와이파이가 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어쩌면 키르기즈 인터넷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ㅠㅠ), 모든 것이 깔끔하고, 개인 락커까지 있는 등 시설은 훌륭했다.

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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