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일차, 2019년 9월 15일

D+21 : 소박한 키르기즈스탄의 비쉬케크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쉬케크

비쉬케크는 키르기즈스탄의 수도이다. 동시에 키르기즈스탄의 최대 도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50만 정도 되는, 우리나라로 치면 규모가 좀 되는 시 체급의 도시 혹은 그 이하에 해당하는 규모다. 키르기즈스탄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 비쉬케크의 붐비는 거리와 지하상가는 한산했다.

일요일 아침(9시 반)이어서 그런지, 어제 밤에 비해 거리가 많이 한산했다.
지하상가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한산한 지하 상가와도 같은 느낌이다. 파는 물건도 비슷하다. 신발류, 악세서리류 등이다.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문구점 같은 가게도 있다는 건데, 여기서 노트 같은 물건을 사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친구가 손목 시계가 필요해서 카시오(이 때는 킹시국이었다. 킹시국에 일제를? 근데 중국산 짝퉁 같던걸? ㅋㅋㅋㅋㅋ) 시계를 4~5천원 주고 샀다.
(근데 한 2주 정도 쓰다가 시계 줄이 끊어져 못 쓰게 되었다 ㅠㅠ)


인근의 쇼핑 센터에는 사람들이 가게 오픈을 기다리며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10시가 다 되어 가게 오픈을 하는 셈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일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편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평일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만, 내일이면 키르기즈를 떠나야 하니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ㅎㅎ

상쾌한 아침을 위한 케밥

어젯밤 버스에서 내렸던 곳 주변에서 “여기 식당 있어요!”하고 식당의 기운을 아주 뿜뿜 뽑아내는 식당이 보여서 들어갔다. 아침 밥을 먹기 위해서이다.


식당의 인테리어도 참 깔끔하고, 전등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가게였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시던 외국인이 계셨고, 그 외의 키르기즈 사람으로 보이는 분들은 아무도 없었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임도 고려해야겠지만, 음식의 가격 등을 고려하면 이 식당은 내국인을 위한 식당은 전혀 아니었다.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식당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000원 정도에 맛있는 케밥을 양껏 먹을 수 있는 식당인데 키르기즈 치고는 굉장히 가격인 것이다.

오늘도 맛있는 케밥을 먹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새로운 종류의 고기를 많이 맛볼 수 있다.

양고기 케밥을 시켰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꼬치의 양념과 비슷한 재료로 양념을 해 나왔고 갖가지 채소와 소스, 그리고 빵과 밥이 곁들여져 나왔다.
아, 어제 저녁보다 어째 퀄리티가 더 높은 것 같은데 가격은 2/3정도다.

홍차를 시키니 Beta Tea의 제품으로 우려 주던데, 맛이 깔끔하고 마음에 들어 저녁 식재료를 구하러 가면서 마트에서 좀 사왔다. ㅎㅎ

비슈케크 곳곳을 둘러보다

어젯 밤에 보았던 큰 모스크로 가 볼까?

처음에 비슈케크 시가지로 접어들었을 때 환한 조명이 들어와 있는 큰 모스크가 있어 비슈케크의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이구나 싶어서 이 모스크를 보러 향했다. 그런데 잠시 길을 헷갈려 반대 방향의 이상한 길로 새버렸는데 이런 허름한 골목에 다다랐다.

그리 크지 않은 개울이 흐르고 그 주변으로 작은 마을이 있었다. 비슈케크의 중심가에서 10분 정도만 걸아나가도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그만큼, 비슈케크는 작은 도시다.


드디어 방향을 바로 잡아 이곳에 다다랐다. 그런데 뭔가 때깔이 정말 고와 보인다. 언제쯤 지어졌나 싶어 보니, 표지석에 “201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아, 우리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구나! 싶었다. 지금의 나는 큰 감동을 받지 못했지만, 이 건물이 오래오래 보존된다면 미래에는 뜻 깊은 역사적인 건물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아무튼, 평범한 종교 시설을 방문해 허탕을 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신호등이 없어!

비슈케크에는 보행자용 신호등이 거의 없다. 이날 비슈케크를 꽤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보행자 신호등을 본 횟수를 모두 합쳐도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었다. 그럼 길을 어떻게 건너냐고? (길건너 친구들!?!?)
그정도 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주변 신호등을 살피며 눈치껏 건너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운전자와 눈치 교환을 시도하기도 전에 자동차가 우선 정지한다. 거의 무조건.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이런 문화라도 형성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ㅎㅎ

공원, 공원, 공원, …

비슈케크에는 도시 곳곳에 공원이 많았다. 도심 속 개발이 되지 않은 녹지가 아니라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비된 곳이 거의 매 블럭마다 있는 편이었다.
키르기즈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간다면, 공원에 있는 각 요소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걸어가면서 거쳐간 공원의 사진들을 소개해본다.

구 소련권 국가에 가면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전승 기념 공원, 그리고 불꽃.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 서 있는 동상과 활활 타오르는 불꽃, 그리고 그 앞에 놓인 꽃을 통해 이 공원이 구 소련권 국가들에 많이 있는 전승 기념 공원임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이 뒤쪽으로는 조그만한 화훼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꽃이 가득 심겨져 있는 공원도 있었다. 분명 손이 많이 가는 형태일텐데!

이렇게 화단이 예쁘게 꾸며진 공원도 있었다. 관리하기가 장난이 아닐텐데말이다.


이 의자는 어떤 의도로 설계되었을까? 혼자 산책 나온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혼자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일까? 만약 함께 공원에 나온 사람들이 이 벤치에 앉아야 할 일이 있다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게 되어 모양새가 조금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버드나무가 있던 공원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던 버드나무가 있던 공원도 있었다. 역시 반듯하게 잘 정비된 모습이다.

비슈케크의 최고 중심지에 위치한 알라투 광장(Ala-too square)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광장 쯤 되는 비슈케크 최중심부에 위치한 광장이다. (장군님 동상 있는 것까지 닮아 그런 느낌이 확 들었다.) 실제로 광화문 광장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곳도 각종 시위가 행해지는 장소라고 한다. 키르기즈의 민주 혁명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원래는 84년 레닌 사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되었는데, 현재는 키르기즈 사람들의 전설 속 영웅인 “마나스” 동상으로 대체되어 있다고 한다(비슈케크 공항의 이름도 “마나스”라고 한다. 비행기는 타지 않았지만).

오른쪽 사진은 키르기즈스탄 국립 역사 박물관이라고 한다. 아마 이 때 휴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이 일대에서는 마라톤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굉장히 시끌벅적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비가 오락가락, 조금 오긴 했지만 달리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날씨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슈케크에는 곳곳에 공원이 정말 많이 조성되어 있었다.

또 공원이 나왔다. 이 나라는 공원 관리에 굉장한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야외에 마련된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서 당황하셨나보다.(??? : 뭐 이런 걸 찍지?)

수많은 공원들과, 이곳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 이 나라는 평화롭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연히 거리를 걸어가다 어떤 집 화단에 이렇게 무궁화가 심겨진 것을 보았다. 한국인이 사시는 집일까? 예쁜 꽃이라 화단에 심게 된 것일까?

키르기즈의 쇼핑몰


어딜 가나 이런 정도의 쇼핑몰은 있는 듯 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규모는 굉장히 작은 편이다. 사실 쇼핑몰에 들어간 이유는 키르기즈스탄 뱃지를 하나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여러 기념품샵을 다 둘러 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모양의 뱃지가 잘 없었다.

감자튀김을 먹으려고 카드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결제가 안 되더라. 자세히 보니 비자카드는 사용할 수 있는데, 마스터카드 가맹이 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맨 오른쪽 아래가 키르기즈스탄 국기 모양 뱃지이다. 이걸 꼭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친구가 뱃지 수집을 하고 있어서 따라하고 있는 중이다. 많이 모아 두면 나름 보기에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개당 1000 ~ 3000 원 정도에 모으고 있다!

키르기즈스탄의 다른 볼거리

키르기즈에 있었던 시간은 거의 정확히 만 2일쯤 된다. 그렇기에 아래의 이야기는 다소 편향된 시각일 수도 있다.
사실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그 자체로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정체되어 있는 듯한 도시 분위기에다, 유목 민족의 나라라 정착 생활을 하며 꽃피운 문화가 모자란 터라, 이 도시 자체에도 뚜렷한 관광지라고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키르기즈스탄은 멋진 호수, 산 그리고 초원이 펼쳐진 매우 평화로운 나라이다. 키르기즈 동북부에는 “이식쿨 호수”가 있는데, 굉장히 크고 뒤쪽으로는 눈덮인 산이 보이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키르기즈스탄의 국기 중앙에 있는 문양은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전통 가옥 유르트의 천장 모양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키르기즈스탄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

어제 밤에 다녀온 식당에 이어 오늘도 특이한 일을 몇 번 더 목격했다.
첫째 날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는 식당 주인의 자녀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식당에서 놀고 있었다. 어떤 분께서 콜라를 주문하시자, 주인분은 아이들에게 바같 가게에서 콜라를 사오는 심부름을 시켰고, 그 콜라를 손님께 내어드렸다. 마치 식당에서 공기밥을 시켰는데 햇반을 사다 주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거리에서 식당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은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전단지 알바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그리고 어떤 조그만 가게에서는 할아버지를 도와 손자가 물건을 진열하고 있었다.

이 상황들은 자영업은 가족 구성원들로 운영되며, 그 이외의 추가적인 고용은 없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그냥 우연이겠지 싶었는데, 다음 날 만난 키르기즈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키르기즈의 직업 시장은 실제로 굉장히 좁다고 한다. 엄청나게 부유한 집이 아니고선 가족 중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은 해외로 돈을 벌러 나가고, 대부분 다시 키르기즈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있을 것이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조금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크지 않은 경제 규모를 가진 키르기즈가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큰 영웅이 근시일 내로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러시아어와 다른 키르기즈어를 사용하는 걸 들어본 것 같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키르기즈어 대신 러시아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것도 조금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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