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 일차, 2019년 9월 2223일
오늘의 주요 이동 경로
오늘은 야간 기차를 이용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려고 한다. 도시는 1200만, 600만이 거주하는 러시아의 제 1, 2 도시라 이 사이를 잇는 기차 편이 매우 많다. 고속열차 "삽산"으로 가면 약 4시간 정도 걸리고, 일반열차로 가면 약 9~10시간 정도 걸린다.D+2829: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야간열차(D+2829)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야간 열차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워낙 큰 나라라 다른 도시들에 비해 이들 두 도시는 가까이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600 ~ 700 km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도 더 먼 셈이다.
우리나라의 서울, 부산에 해당하는 도시인 만큼, 이들 도시 사이에는 고속철도 “삽산"이 운영되고 있다.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다?
러시아에는 “모스크바에는 레닌그라드(现. 상트페레르부르크) 역이 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모스크바 역이 있다"는 농담을 한 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해괴한(?) 역명은 철도 부설 당시에는 해당 노선의 반대편 종점을 이름으로 붙이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모스크바에 있는 “카잔” 역은 카잔까지 가는 노선이 출발하던 역이고, “야로슬라블” 역은 야로슬라블까지 가는 노선이 출발하던 역이고, “레닌그라드” 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역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 그 말은, 각 지역으로 가는 기차가 서로 다른 역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역은 건물과 플랫폼은 따로 있지만 모두 한 지구에 몰려 있어, 설사 잘못된 역을 찾아왔다 하더라도 길 한 두 번만 더 건너 걸어가면 금방 올바른 곳으로 찾아갈 수 있다.
야로슬라블 역
카잔 역
레닌그라드 역
이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가 출발하는 역이다. 처음에는 광역 전철(?) 개찰구를 입구로 착각해 헤매고 있다가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입구에 이를 수 있었다. 러시아 기차역에서 볼 수 있는 느낌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다시 한 번 떠나게 된 기차 여행
역에서 별 다른 할 일 없이 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무료한 일일 수 있다. 두 시간 쯤 지나서 근질근질함을 이기지 못하고 플랫폼으로 나서게 되었다. 마침, 전광판에는 우리 기차의 플랫폼이 막 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짐 검사를 받고 플랫폼으로 입장했다.
그러나 기차는 아직 플랫폼으로 들어오지 않아 무거운 배낭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기차가 들어왔다. 그러나 문이 열리기까지 또 시간이 걸렸다. 이제 막 가을로 넘어가고 있는 모스크바의 새벽은 쌀쌀했다. 입으로 호호 불면 김이 나오는 정도의 날씨였다.
지금껏 타 왔던 러시아 열차들에는 각 칸마다 뜨거운 물이 계속 나오는 온수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걸 각 칸마다 연료를 때서 데우는 것 같았다(요즘 객차는 전기로 데우려나?). 객차 안 온수기는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는지 객차의 굴뚝에서 연기가 폴폴폴 났다. 기차 안쪽에서는 승무원께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셨다. 승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나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열차 1층 침대 밑에 짐을 넣으려고 침대를 잠시 접어 올리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잘 올라가지 않았다. 뭔가 지금까지 봐온 것과 다른 방식인 것 같았다. 우리 뿐만 아니라 주변 승객들도 열심히 헤매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들 낑낑거리다 문제를 해결한 모양이다. 우리 침대는 바로 반대편에 계시던 아저씨께서 조금 도와주셨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것을 잘 접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남게 되었다.
어제 오전부터 시작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 소나기도 맞고 새벽 두 시까지 기차를 기다렸던 탓인지 매트리스에 린넨을 씌워 자리를 만들고 눕자 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최고로 상쾌했던 기차에서의 아침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창밖을 내다보았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숲이 기차를 감싸고 있었다. 비록 기차에 타고 있지만 오솔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씨라 그런지 굉장히 반가웠다.
이것이 아까 말했던 러시아의 고속열차 “삽산”. 기차표를 예매할 때 이 열차의 가격을 보게 되었는데 어마무시하다. 체감 상으로 KTX 가격의 두 배를 넘는다. 게다가 러시아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낮음을 감안하면 더 살인적인 가격인 것이다.
서둘러 길을 걸어가야 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이번에도 야간 열차를 선택했다. 일반 열차가 많이 느린지라, 빠르게 가는 고속열차를 세 대 정도 보내주고 다시 출발했다.
이런 데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30분 넘게?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역
우리가 이미 다녀온 지역이나, 이름이 친숙한 지명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