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일차, 2019년 9월 1일

D+7 : 오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르쿠츠크

안가라 강변에 들어서 속도를 늦추는 기차

angara
좀 전에 공업지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안가라 강변에 다다랐다. 정돈된 넓은 강변이 보이면, 5분 안으로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한다. 짐은 미리 꼼꼼히 챙겨, 그냥 들고만 나가면 될 정도로 확실하게 해 두었다.
아주 멀고 길었던, 첫 번째 도시간 이동이 어느 정도 잘 마무리 되었다.

조금 더 쌀살해진 이르쿠츠크의 공기

헥헥.. 대략 74시간 30분 동안 4,100km를 달려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했다. 이상하게 발길이 닿는 지역마다 날씨가 우중충하다. 오늘 이곳의 날씨도 우중충했다.

그러나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면, 비슷한 날씨 같아 보이는데도 조금 더 쌀쌀해졌다. 시간은 흘러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고, 시베리아 깊이 들어왔던 것이다. 아,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르쿠츠크의 날씨는 상당히 춥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연교차가 많이 크지 않은 바이칼 호수 변의 도시와 대조적이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것 같다.

irkutsk_pas

이르쿠츠크 역의 지하도와 대합실을 거쳐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내 주변을 감싸던 소리가 있었다.
“딱시~ 딱시~” 하고 호객행위를 하고 계신 택시 기사님들이다. 걸어서 15분 정도만 가면 되는데 무슨 택시! “No 딱시~, нет(니엣, 러시아어로 No) 딱시~”를 적당히 외치며 지나치면 된다. 이 동네 드라이버들은 그렇게 끈질기게 따라오지 않는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작은 도시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로 등의 기본 시설이 (우리나라에 비해) 썩 잘 정비된 편은 아니었다. 재주껏 갓길로 잘 걸어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넓은 민트색 건물이 바로 이르쿠츠크 역이다. 역 앞으로 깔린 전차선으로 전차가 운행된다. 또, 역 앞에는 흰색 승합차들이 많은데 “울란-우데”, “치타” 등 대시보드에 도시 이름 팻말을 걸어놓은 것으로 보아 시외버스인 것 같더라. 수요가 그만큼 안 나오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관광 버스보다 이런 차량으로 버스를 운영하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해 정리하는 하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미리 에어비엔비로 예약해 둔 숙소 주인과 연락했다. 예약 당시에 기차 도착 시간을 알려준 적 있는데 어제부터 기차가 많이 지연되기 시작해서 다시 문자를 넣고 예상치 못하게 2 ~ 3 시간 늦는다고 했는데 우리 일정을 잘 맞춰 주었다. 얼핏 봤을 때는 에어비엔비가 전업인 것 같기도..

숙소 위치로 대략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우리를 부른다. 그러더니 에어비엔비 프로필 사진을 보며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본다. 집 주인을 만났다. 영어는 잘 안 되었지만, 번역기 조작 능력이 매우 훌륭(!)하여 의사 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apart
아파트에 도착했다. 현관에서 무거운 철제 여닫이문을 세 번 열어야만 복도에 다다를 수 있다. 이 지역이 추워서 이런 설계를 해 두었나? 얼마 전에 지은 최신식 아파트라고 했는데(실제로 집에 하자는 없었다),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집 주인 분께서 더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올혼 섬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물론 번역기로 ㅎㅎ). 그러더니 지도 앱을 켜서 바로 보여주신다. 여기 가면 올혼 섬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고, 하루에 여러 대 출발한다고 하셨다. 이렇게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든든한 현지인(?)이 자동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에어비엔비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른 유형의 숙소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에어비엔비는 문자로도 가능하다!

(저비용 배낭 여행자 기준)러시아의 에어비엔비 가격은 2명 이상이라면 호스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지도 않는다. 마음껏 쉬고, 밥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주변 마트에서 저녁 재료 준비하기

market
마트 사진 그런 건 없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어쩌다 보니 길만 건너 가면 대형 마트가 있었다(사실 숙소 리뷰 보고 이게 괜찮아 보여서 고르긴 했다 ㅋㅋㅋ).
와, 근데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여기서도 혁명적인 물가가 펼쳐졌다. 두 명이 저녁과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식재료 + 음료(주스, 알코..읍읍)를 구매했는데도 2만원 정도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한복판 마트 물가에도 놀랐는데, 여기는 관광 중심지에서 살짝 빗겨나간 골목이기도 해 더 저렴했다.

dinner

아무래도 하루 있다 떠나는 집이다 보니 다양한 식재료를 구매하기 어렵다. 소량 판매가 안 되니까 충분한 양을 사야하는데, 몇 끼 정도 해먹는 것이라면 분명 재료를 다 쓰지 못하고 남겨야 한다. 남은 재료들을 늘 가지고 다닐 수 없다. 그래서 토마토를 사면 토마토만, 양파를 사면 양파만, 배추를 사면 배추만 먹어야 하는 등. 이런 식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닭가슴살, 토마토, 토마토 소스, 마늘(도 샀는지 기억 안 나네..)정도만 이용해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생긴 건 못 먹을 것 같이 생기긴 했는데, 맛은 있다. 배 고파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파스타를 남겨 두면 가지고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아 다 삶아버렸더니 역시 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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