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차, 2019년 9월 2일

오늘의 주요 이동 경로

이르쿠츠크의 버스터미널에서 올혼 섬 후지르 마을로 이동했다. 거리는 약 300km 정도 되고, 중간에 휴게소에 정차해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하기 때문에 대략 5시간 조금 더 넘게 걸린다.
구글 지도 상에 표시해 둔 곳으로 가면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에 승차할 수 있다. 올혼 섬 뿐만 아니라, 리스트비얀카로 향하는 버스 티켓도 구할 수 있다.
돌아오는 버스 편을 미리 구할 필요는 없는데, 후지르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떠나는 날에 맞춰 구매대행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다음 날 출발 시간이 되면 숙소 바로 앞으로 픽업하러 온다. 정말 잘 되어 있다.

D+8 : 바이칼 호수를 보러 올혼섬으로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 호수를 보려면?

많은 관광객이 바이칼 호수를 구경하기 위해 이르쿠츠크를 찾는다.
사실, 이르쿠츠크 자체는 바이칼 호수와 멀리 떨어져 있다. 위쪽에 넣어둔 구글 지도를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간다 하더라도 50k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바이칼 호수를 구경하려면 바이칼 호수 근처 지역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인기 있는 관광지는 크게 두 곳인데, 첫째는 남동쪽의 “리스트뱐카”, 둘째는 북동쪽의 “올혼 섬”이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리스트뱐카에 비해 올혼 섬이 훨씬 더 멀리 있다. 그래서 보통 리스트뱐카로 가면 1박 2일 정도의 일정으로, 올혼 섬으로 가면 2박 3일 혹은 그 이상의 일정으로 다녀온다. 그래야 여유를 좀 챙길 수 있다.
우리는 올혼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둘 중에 이걸 선택한 이유가 있냐고? 그냥 다음 기차를 타기까지 4박 5일의 시간이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두 군데 다 다녀올 정도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혼 섬으로 가면 바이칼 호수를 토 나오기 직전까지 보고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은 잘 안 들거다) 장난이고, 그만큼 원없이 볼 수 있다.

이르쿠츠크 버스 터미널으로!

어제 숙소 주인 다니엘이 가르쳐 준 대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지도에서 알려주기를 걸어서 1시간? 이라길래 “어? 천천히 걸어가면 되는거 아닌가?”싶어서 쭉 걸어가다가 생각보다 멀어서(20kg 배낭은 무겁다. ㅋㅋㅋㅋㅋㅋ) 이르쿠츠크 역을 지나서 트램을 탔다. 1회 탑승에 15루블(약 300원)인데 트램에 탑승한 후 기다리면 직원 분께서 티켓 발권을 도와주러 오신다.
tram
요금 지불은 현금으로도 가능하지만, MasterCard Paypass로 교통카드 쓰듯이 결제하는 것도 가능했다. Visa Paywave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될 것 같다. 대중 교통 또한 이렇게 투명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 만약 현금을 지불한 경우는 영수증이 발행된다.

이르쿠츠크 역 근처에서 4a번 트램을 탔다. 이 트램은 버스 터미널 바로 앞의 교차로에서 멈춘다. 휴대폰 GPS 켜두고 지도 보면서 다 왔다 싶으면 내리면 된다. 요즘 세상 정말 좋다. 예전 같았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 내리는게 맞는지 거듭 물어봐야하고, 그게 아니라면(언어가 잘 안통하니까!) 사전에 조사해 “n 정거장 후에 하차!”와 같은 전략들을 다 짜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여러 번 말하지만 이런 문명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세계 여행 그 자체는 더이상 큰 도전적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 그 자리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아 근데, 트램 의자는 나무로 되어 있고 전차 선로는 거칠어서 털털털털 거리면서 간다. 승차감이 너무 별로다. ㅋㅋㅋ
이르쿠츠크에서 트램을 타면 이르쿠츠크에서 유명한 볼 거리들을 대부분 다 볼 수 있다. 근데 처음에는 여기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모르는 채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왔다. ㅋㅋㅋㅋ 그렇게 버스 터미널로 도착했다.

올혼 섬으로 가는 버스 구매하기

사실 버스 표를 사기 2분 전까지 리스트뱐카로 갈지, 올혼 섬으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 (노답 인생…) 그러다 즉흥적으로 올혼 섬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버스 터미널에서는 카드도 취급한다. 카드 해외 결제 혜택이 괜찮다 싶으면 환전/인출로 현금을 만들어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카드 결제 금액은 각 은행에서 정하는 기준 환율 및 수수료에 의해 결정된다. 나의 경우 하나은행, 우리은행 카드를 써 보았고 두 은행 모두 현금보다는 유리했다.

아무튼, 버스 표를 사면 영수증을 주는데 이게 버스 표다. 영수증을 잘 보면 가야할 플랫폼 번호 같은게 적혀있는데 나중에 혼자 다시 찾으려면 힘드니까, 표 구입할 때 말씀해주시는 번호를 잘 기억하고 있는 쪽이 편하다. 물론, 표를 구입하는 건 영어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올혼 섬으로 가는 미니버스에 탑승하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플랫폼으로 향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출발 시간을 조금 넘겨서 버스가 도착했다.

bus

올혼 섬까지 데려다 줄 미니버스다. 터미널에서 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그런데 이미 버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버스가 셔틀버스처럼 여기저기 다 돌면서 승객들을 하나 둘씩 태운 모양이다. 이르쿠츠크에서 관광지로 향하는 버스들은 숙소 코앞까지 와서 태우고 가는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이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뒤편 짐칸이 가득 찼는지 큰 배낭을 다른 빈 좌석에 올려둬야 했는데, 기사님께서 버스표 값과 별도로 짐 값을 5000원 정도 받으셨다.
이게 일반적인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시스템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지불했다.

항상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에서 10~15분 정도만 달려가면 도심을 벗어난다. 그 이후에 거의 1자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몇 시간을 이동한다. 시베리아 고속도로라면 고속도로인데, 왕복 2차로인데다가 노면도 울퉁불퉁하고 소(음머~)와 같은 야생동물(혹은 가축)이 도로를 건널 때 멈춰야 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다.

혹독한 추위가 지배하는 땅이라는 이미지만 있었는데 여름 시베리아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였다.

시베리아의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가고 있다. 원래 시베리아 하면 추위가 지배하는 불모지일 것 같다는 상상을 했는데, 저 들판에서 아주 큰 규모로 경작을 하고 있고 목축도 한다. 아주 길게 뻗은 유채 밭도 보인다. 이런 모습이 100km 넘게 이어진다.

아, 근데 노면 상태가 불량한데 버스는 빨리 달려서 버스가 위 아래로 통통 튀었다. 내가 작은 보트를 타고 있는 건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차도 위아래로 이렇게 흔들릴 수 있구나 싶었다. 흔들림이 장난 아닌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는 것만 같다. 얼마나 심하게 흔들리냐면, 걷지도 않았는데 만보계가 오작동해 걸음수가 카운트되고, 이리지리 몸이 흔들리며 부딪혀 피곤해도 잠들기 참 어려웠다 ㅋㅋㅋ

두 시간 후 도착한 휴게소

가다 보면 음식점 겸 매점 같은 곳이 나온다. 이곳에 정차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한다.

두 시간을 덜컹덜컹덜컹 달리다 중간에 휴게소에 멈췄다. 여기서 점심 식사나 마실 것을 살 수 있다. 근데 얼마나 오래 멈추는지 잘 몰라서 혹시나 버스 놓칠까봐 그냥 화장실만 들렀다 돌아왔다. 한 달 넘게 러시아에 있으면서 대충 분위기를 살펴 봤는데, 주변 승객들에게 “나의 존재”를 잘 알려 두면 주변 승객들이 “이 사람 아직 안왔어요!”하고 기사님께 말씀해주시며 출발을 막는다. 꼼꼼한 기사님들은 또, 항상 인원 체크를 하신다. 눈 도장 찍어두고 조금만 조심하면, 안전하게 다시 버스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큰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버스는 다시 덜컹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이후로 똑같은 방향의 직선으로 달려가기만 했는데 이제는 바이칼 호수 방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간 중간 가는 길에 소님(음머~)께서 진로를 막아서셨다. 야생일까 방목일까? 대한민국에 20년 살아온 사람으로 이런 멀고 싶은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바이칼 호숫가에 도착하다!

거의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바이칼 호안이다. 바이칼 최대 섬이자, 유일한 유인도인 올혼섬에 들어가려면 연락선을 타야한다(계절별로 다름).

올혼 섬은 말 그대로 섬이다. 그런데 섬과 호수 바깥 땅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없어 배를 통해 들어가야만 한다. 정말 코 앞에 올혼 섬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 5분 정도면 건너갈 수 있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아무리 수요가 없어도 다리를 지을 법 한데, 건설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이유보다 자연 보호를 위해 건설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올혼 섬 안의 모든 도로는 비포장이었다. 허나, 이것은 나의 추측일 뿐. 진짜 이유는 잘 모른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깜빡했다.

배를 이용하는 것은 지금의 이야기고 추운 겨울철에는 호수가 두껍게 얼어 붙어, 차 정도는 지나가도 얼음이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에는 바로 자동차로 건너간다고 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승객들은 내리고 기사님만 차에 탑승에 승선시킨다. 그리고 다 건너간 이후에 다시 탑승한다.

지금까지의 흔들림을 잊게 해주는 오프로드

올혼 섬으로 들어왔다. 아까 탔던 버스의 번호판을 잘 기억했다가 찾아가 타면 된다. 같이 탔던 승객들이 있다면 그분들을 졸졸 따라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라.. 이제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다. 흙먼지가 날리는 길을 차가 힘겹게 올라간다.
와.. 도로의 요철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거의 안마 기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연 보호 목적인건지,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다. 중간에 휠이 빠져버린 차량도 나타났다.

여름의 올혼 섬 풍경이다. 저기 왼쪽 너머로 보이는 강 같은 것이 바이칼 호수다. 저렇게 작냐고? 올혼 섬이 바이칼 호안에 바싹 붙어 있어서 그렇다. 지도를 보면 확실히 느껴질 것이다.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구불구불한 흙길을 덜컹거리며 달려간다. 여기서도 중간에 소가 도로로 놀러 나오면 멈췄다 가야 했다.
지나가다가 휠이 빠져버린 차량도 발견했다. 이 곳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에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함을 느껴볼 수 있다.

여기서 한 시간을 더 달려야 올혼 섬의 그럴듯한 마을, 후지르로 도착한다. 도착하기 전에 기사님께서 우리가 어디서 묵는지 물어보셨는데 “어.. 아직 안 정했는데요?” 하니 쟤네들 왜 이렇게 대책 없어? 하는 표정으로 웃으신다. 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어디 갈지도 안 정했고 어디서 잘 지도 안 정했다. ㅋㅋㅋㅋㅋㅋ (노답인생 2)

스베틀라나 게스트하우스

마을에 거의 다 도착해서 어제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여행기에 나온 게스트하우스 “스베틀라나”로 가달라고 부탁드렸다. 후지르 마을 입구 초반에 있기 때문에 미리 말씀드리면 동네 한 바퀴 다 돌기 전에 제일 먼저 내릴 수도 있다(본인은 늦게 알려드리는 바람에 맨 마지막에 내렸다 ㅋㅋㅋㅋ). 어쩌면 내가 쓴 글을 보고 다시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격대가 낮은 2인실 기준 1박 1600루블(아침, 저녁 식사 별도), 대략 3만원 정도 된다. 이 가격에 묵으면 공용화장실 사용, 샤워를 위해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점이 있지만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면 괜찮은 제안인 것 같다.

이르쿠츠크와 올혼섬은 관광 서비스가 잘 자리잡혀 있다. 추가 비용 없이 숙소 코앞까지 버스가 와서 픽업을 해주는 것, 바이칼 호수 투어 및 이르쿠츠크 복귀 버스편 구매 대행까지 모든 것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처리가 가능했다.


오늘 아침에 이르쿠츠크 숙소에서 간단히 먹은 아침이랑, 버스 터미널에서 간단히 사먹은 빵 말고는 먹은게 없었기에 허겁지겁 먹느라 먹는 도중에 음식 사진을 한 장 남겼다.
감자 퓨레랑 양념해 구운 닭다리, 오이를 담은 한 접시와 러시아식 수프 보르쉬(다른 이름이 있나? 잘 모르겠다.)가 나왔다. 러시아 음식은 전반적으로 간간한 편이다. (애미야 국이 짜다)

하루종일 이동만

점심 전에 이르쿠르츠에서 움직였지만, 이동하는 것으로 하루가 다 지나갔다. 겨울철에는 더 그럴 것이다.

그렇게 일찍 출발한 건 아니지만, 점심 전에 움직이기 시작해도 이르쿠츠크에서 올혼섬으로 오는데 거의 5~6시간 정도 걸린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가 지고, 초승달이 떴다.

여기서는 혹시 잘 보일까 싶어서 별 사진도 찍어 보았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삼각대가 흔들리고, 곧 구름이 끼어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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