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일차, 2019년 9월 3일


“주의! 건성으로 작성한 포스트입니다”

다음 포스트는 바쁜 “척” 하는 작성자의 시간 부족이라는 “핑계”로 인해 많은 이야기를 덜어낸 포스트입니다.
못 한 이야기는 시간 순서 구분 없이 맨 마지막 문단에 몰아서 간단히 언급을 해 두었습니다.
특별히 궁금한 이야기가 더 있으실 때 알려주신다면 시간 나는 대로, 업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글이 내용이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126일간의 여행에서 얻은 풍성한 기억이 사그라들기 전에 많은 글을 작성해둬야 하는 터라 ㅠㅠㅠ

D+9 : 올혼섬 북부 투어

올혼섬 북부 투어

올혼섬의 둘레를 따라 돌면서 바이칼 호수를 구경할 수 있는데, 통제하에 관리되고 있는 자연보호구역에 들어가야하고 길도 굉장히 험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방문하기 어려워 투어를 이용하는 편이 편해 보인다.

투어는 아침부터 시작한다. 아침밥을 먹은 다음, 차와 쿠키를 먹으며 조금 쉬고 있으니 게스트하우스 직원분 께서 기사님이 오셨다고, 나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대문 앞에는 범상치 않은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아는 UAZ(우아즈)차량의 승합차 버전이다. 군납용으로 개발되었다가 민수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차량인데, 험지 주파 능력이 매우 좋다. 그런데 왜 투어에 이런 차량을 사용하냐면……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도로사정 보다도 더 안 좋기 때문이다.

dog
네가 진짜 시베리안 허스키인거니..? 개도 일어나기 피곤했는지 나른하게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숙소 두 군데를 더 들러 다른 승객 두 팀이 더 올라탔다. 어떤 부부 한 분이랑, 전자기기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 아저씨와 함께 투어를 진행하게 되었다.

투어 프로그램의 내용은 담당 기사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비슷한 곳에 정차하고 둘러보는 편이다.

마치 토마호크 스테이크 같은, 첫 번째 뷰 포인트

후지르 마을을 떠나 15분 정도 구불구불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흙길을 따라 달렸다. 지금까지 겪었던 도로보다 훨신 더 상태가 좋지 않다. 나는 버스 벽 바로 옆 자리에 탔는데, 몸이 이리저리 부딪혀 안마의자에 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이칼 자연 보호 구역이라고 적힌 구역 안에 들어오게

멀리 길게 튀어나온 지형이 토마호크 스테이크 같이 생겼다.

처음으로 멈춰 선 곳이다. 왼쪽 사진에 길쭉하게 툭 튀어나온 지형이 마치 토마호크 스테이크 같이 생겼다.

호수를 바로 앞에서 만나는, 두 번째 뷰 포인트

이번 투어에서 바이칼 호수 물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조금 더 달려 물이 찰랑거리는 호숫가에 다다랐다. 여기서 손으로 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식수로 적합한지는 모르겠으나 궁금해서 딱 한 방울만 맛을 봤다. 역시나 바닷물에서 느껴지는 그 짠 맛이 없다.

예전에 조각배를 정박시켜 두었을 것 같은 선착장인데, 지금은 물에 잠겨서 그런건지 새들의 쉼터로 남아있었다.


구경하는 동안 잠시 멈춰 있는 차의 모습!

어라..? 이건 영어가 아닌가!

매 지점에 내릴 때마다 전자장비를 많이 챙겨오신 아저씨께서 갖가지 영상 촬영에 공을 들이시는 모습을 봤다. 한 번 말도 걸어볼 겸 다시 차에 타서 이동할 때 스마트폰용 짐벌을 보고 “엄치 척” 해드렸더니 갑자기 뭐라뭐라 줄줄 길게 말씀하시는게 아닌가. 어라? 근데 뭔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 장비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길게 하고 계셨다. 레샤 아저씨 말씀대로 지금까지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했는데, 아주 유창하셨다. 그래서 여쭤보니 이르쿠츠크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숨통이 트이듯 소통이 원활해져서 기뻤다. ㅋㅋㅋㅋ 기쁜 건 나 뿐만 아니라 열심히 설명해주려 노력하신 기사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영어로 짤막짤막하게 전달해주셨는데 이제는 러시아어로 풍성하게 설명을 해 주시고 나면 번역가 아저씨께서 통역해주셨다. 와아!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아저씨는 이번이 첫 휴가라고 하셨다. 올혼섬에서 4박 5일의 일정을 보내신다고 한다. 오늘은 우리와 함께 올혼섬 투어를 하고 내일은 보트를 타고, 또 그 다음날은 낚시를 한다던지… 여기 오래 계시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가시는 것 같더라. 계속 이르쿠츠크 안에서만 살았고, 이렇게 오래, 먼 곳으로 나오는 첫 휴가라서 일정을 이렇게 잡으셨다고 한다.

서로 영어가 가능한 사실을 알게 된 후로 틈 날 때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올혼섬의 북쪽 끝

올혼 섬의 북쪽 끝에 도착했다

올혼 섬에서는 대체로 깎아지르는 절벽과 바이칼 호가 만나 이루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background
이 사진은 너무 시원시원해서 새벽녘에 본 차가운 호수 느낌이 나도록 색온도를 낮추고 샤프하게 만들어 바로 아이패드 바탕화면으로 만들어버렸다. ㅋㅋㅋ

날씨가 흐리다고? 괜찮아!

공교롭게도 여행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비 구름을 몰고 다니듯, 각 지역마다 도착하자 마자 날씨가 흐려지고, 떠날 때 쯤 되어 다시 날씨가 좋아지기를 반복했다.

여기서도 그런 패턴이 이어졌다. 어제 도착할 때 까지만 해도 좋았던 날씨가 간밤에 많이 흐려져 우중충하게 변했다. (그리고 대충 다음 포스트 보면 알겠지만 나가는 길에 또 맑아졌다 ㅋㅋㅋㅋ)

날씨 운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흐린 날씨 또한 이 지역이 담고 있는 한 모습일테니 있는 그대로 충분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수평선이 또렷히 보이는 바이칼을 기대하긴 했지만 우중충한 날씨가 만들어내는 바이칼의 중후함도 있을 것이다.

올혼 섬 투어에서 있었던 나머지 이야기

그 다음으로도 여러 번 멈춰서서 마음껏 구경한다. 이 이후로 거의 다섯 번은 더 멈췄고, 점심 먹기 직전에는 언덕 너머 탐방로를 걸으며 45분동안 둘러보았다.

샤머니즘의 흔적, 바이칼에 영험함이 있다고 믿은 사람들이 있었다

올혼 섬 곳곳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색 리본을 묶어 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샤머니즘의 흔적이라고 한다.

올혼 섬에 들어올 때 부터 계속 마주쳤던 새

이렇게 생긴 새들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에서 평소에 만날 수 있는 새들은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무서워서 다들 피해 가던데, 이 새들은 이상하게도 사람이 가까이 있다 해도 위협만 가하지 않으면 별로 신경쓰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사람이 워낙 없는 곳이었고, 문명의 개입이 이 새들의 생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음을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어에는 점심이 포함되어 있다. 45분 동안 길게 둘러보는 동안 기사님께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신다. 바이칼에서 잡히는 오물(물고기)를 넣고 끓인 러시아식 수프를 먹었다. 이것도 보르쉬라고 부르는지, 다른 이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투어 중 마주친 도로는 대부분 이렇다

올혼 섬에 있는 모든 도로가 저렇게 되어 있다. 개선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인지, 자연보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후자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종 보호 시설들이 정말 위험한 구역이 아니면 자연 경관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안전 장치(울타리 등)를 설치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쩌면 그마저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남겨두는 것이 다른 면에서 보면 더 바람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작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울타리를 덧대는, 인간 중심적 사고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설명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이 올혼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고 하고, 그 앞으로 1,600 미터 깊이의 바이칼호 최대 수심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동네 이야기에 의하면 여기는 출산의 기운을 주는 바위라고 한다. 왼쪽과 오른쪽 각각 아들과 딸을 얻게 될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뭐가 뭔지는 까먹었다. 혹시나 관심이 있다면 물어보면 될 거다.

정말 번역가 아저씨 덕분에 설명을 더 알찬 설명을 듣고 온 것 같다.

다시 돌아온 숙소

아침부터 시작해 거의 5 ~ 6시간 정도 바이칼을 구경하고 왔다. 숙소 등의 각종 시설이 모여 있는 후지르마을에서 오늘 둘러본 이곳 저곳을 뚜벅이로 가는 등 스스로 찾아가기 어렵기 때문에(그까지 가는데 차로도 거의 40분이 걸린다) 투어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후지르 마을의 모든 건물에는 이런 빽빽한 울타리들이 있다. 처음에는 추워서 바람 막으려 그러나? 싶었는데 하루 이틀 있다 보니 이유를 알겠다. 야생동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함인 것 같다. 있다 보면 소 소리, 개 소리, 고양이 소리 등등 별의 별 동물 울음소리가 다 들린다. 도심지에 멧돼지가 나오는게 이상한 것과는 정반대로, 동물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는 동네였다.

P.S.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내용을 보충해 작성해보겠다. 그 때는 포스트에 붙어 있는 미완성(Unfinished) 태그가 지워져 있을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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