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일차, 2019년 9월 4일

D+10 : 이르쿠츠크로 되돌아나가기

이르쿠츠크로 가는 버스

어제 투어 출발할 때와 비슷하게, 숙소에서 아침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차를 마시고 있으니 곧 나갈 시간이 되었다.
기사님의 성함은 러시아에서 안 만나기 힘들다던 “세르게이”셨다. 이제 겨우 9일이 되었는데, 벌써 세르게이와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이르쿠츠크에서 여기로 올 때와 다르게 짐을 번쩍 들어 실어주셨고, 따로 짐값은 받지 않으셨다.


올혼섬에서 나가면서 탔던 연락선이다. 어제 올혼 섬 북부 투어 하는 내내 흐리던 날씨가 다시 맑아지기 시작한다. 참 알 수 없다.

두 번째는 여유 있게

이미 왔던 길로 돌아가나는 그런지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통통 튀어오르며 달리는 것, 갑자기 튀어나온 소 때문에 했던 급정거도 어색하지 않았다.
휴게소에 도착해서도 전혀 걱정 없이 같이 탄 사람들이 그러는 것 처럼 점심으로 빵도 사먹었다.

bread
이렇게 생긴 빵을 사 먹었다. 불고기를 안쪽에 넣어 튀긴 빵이었다. 러시아 길거리 빵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인 것 같다. 이 이후로도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지하철역 빵집에서도 몇 번 더 봤다. 그렇게 별난 맛은 아닌데, 거의 모든 러시아 음식이 그렇듯 간간하다.

돌아온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도시 곳곳을 돌면서 사람들을 하나 둘씩 내려주신다. 우리에게도 어디서 내릴지 물어보셨는데, 숙소 위치를 기사님께 설명드리기 애매해서 그냥 버스터미널에 내려달라고 부탁드렸다. 이르쿠츠크 버스는 이런 점이 참 좋으니, 자기가 어디 가야하는지 정확히 말만 하면 그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잘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버스타고 돌아오는길에 급히 이틀 머물 숙소를 예약했다. 다행히도 주인분께서 곧바로 예약을 받아 주셔서 대충 4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연락드렸다. 버스에서 내린 후, 그 숙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에어비엔비 숙소 후기에 “So Soviet”라는 후기를 올려둔 분이 계시던데, 진짜 소련시절 지은 공동주택 느낌이 물씬 났다. 러시아에서 에어비엔비로 집을 구하면 이런 곳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대충 후기같은 것을 잘 찾아보면 폭탄(?)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쪽은 모두 리모델링을 잘 해 두어 괜찮았다.

화장실 샤워꼭지 앞에 재미있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이 동네 수돗물 수원지가 바이칼인가보다. 그렇지만 수도관 관리 상태는 전혀 믿지 않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그러면서 수돗물은 먹지 말라고 적어뒀네 ㅋㅋㅋㅋ 역시)

오늘도 이동하기만 했는데 벌써 오후 4시, 5시가 되었다. 숙소 바로 길 건너편에 있던 대형 마트 Lenta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와 저녁을 해 먹었다.
Lenta는 마치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의 이마트와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저기 많이 있는 대형마트였다.


왜 항상 비슷한 유형의 음식일까…. 사실 재료를 한 번에 많이 살 수 없을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저거인 것 같다. 이번에는 마트에 다진고기가 있길래 사와서 계란 푼 물에 뭉쳐서 함박스테이크처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저녁에 걷는 안가라 강변

지도에서 바이칼 호수 아래 쪽을 보면 꽤 큰 강과 연결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가라 강이다. 뭔가 바이칼 호로 흘러들어가는 강일 것 같은데, 사실은 바이칼의 물이 빠져나오는 강이다. 물살이 꽤 빨랐다.

초저녁에 본 안가라 강변. 나지막한 언덕에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하는 불빛이 예쁘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강변으로 나와 봤다. 강변 둔치가 잘 정리되어 있고, 저녁에 산책 나온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해질녘의 안가라 강변 풍경을 감상했다. 나지막한 언덕 너머로 서 있는 아기자기한 건물에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 뭔가 좋은 인상을 느낀다. 북부 이탈리아의 산골을 저녁 버스를 타고 달릴 때도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초저녁에 본 안가라 강변. 나지막한 언덕에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하는 불빛이 예쁘다.

밤이 더 깊어지기 시작했고, 아직까지 이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늦기전에 숙소로 향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동네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단, 이르쿠츠크가 그리 큰 도시는 아니라 광장이나 큰 도로 한정으로. 사람이 엄청 많고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니 저녁 활동을 그렇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멋진 야경이 있거나 그런 것과는 또 거리가 멀다.

안전 문제는 항상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내가 아무 문제 없이 다녀왔다고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다. 백 명의 사람이 가서 단 한 명이 안전 문제를 경험했다면,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 분위기 충분히 잘 살펴보고 항상 주의 기울여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와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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