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을 준비하며

세 줄 요약을 준비하였습니다

아래에 펼쳐질 긴 글은, 저의 개인적인 잡설입니다.
물론, 여기 오신 대부분은 제 잡설이 뭔지 보려고 오신 거겠지만..
아무튼, 그래도 세 줄 요약은 준비했습니다(친절하게 사진도 ㅎㅎ).
world

  1. 휴학 합니다.
  2. 여행 갑니다(루트가 반쯤 정신 나갔습니다).
  3. 끝은 정확히 모르지만… 겨울방학이 아닐까요?

– 세 줄 요약 끝 –

나머지 글은 꽤 깁니다.
글을 끝까지 읽으시는 분은, 저에 관심이 많거나,
“시간 낭비 서비스” 이용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거나….??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어요! ㅎㅎ)

귀찮으니 일정만 보기(링크)

0. 여는 글

오늘(190816)은 아마, 올해 대전에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것 같군요.
갑자기 이 생각을 하니, 글을 남기고 싶어져서 작성해봤습니다.

지금까지 크게 주변에 이야기를 하고 다니진 않아, 왜 휴학을 하는지? 또는 휴학을 하는지 처음 접한 사람도 많을 것 같군요.

다음 학기를 쉬는 대신,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우리 여행에서 특별한 것이 있다면,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별 다른 계획이 없었는데요…

아무튼, 뒤에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으니 넘어가고…! 그간 많은 사람들로부터 좀 쉬어야한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시하고 계속 날뛰었더니(…) 욕심만 가득 차서 걱정만 쌓이고 쉬운 일들도 잘 안 되고, 할 일만 꾸준히 밀려가더라고요… ㅋㅋㅋㅋ 결정적으로 그 욕심이 제 원래 모습을 부정하게 만드는 순간 굉장히 불행해지더군요.
(감사합니다. 이제 왜 그래야하는지 조금 알 것 같군요…?!?!)

1. 끊임없는 12학점 처방, 결국 0학점 처방 받아…

지난 학부 3학기, 그리고 고등학교 3년간 “최선을 다했다”는 거짓말이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갈렸다고 말합니다).

굉장히 빡셌는데요(여기 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랬겠지만),
돌아보니 다 제가 자초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ㅠㅠ

한계가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21학점을 신청하질 않나,
고작 1학점에 불과한 “일반화학실험 I”, “일반물리학실험 I”, “일반물리학실험 II” 같은 과목에도 혼을 갈아넣어 쓰며 3학점 그 이상의 로드로 만들어버리질 않나…(이게 어떻게 되냐구요? 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ㅎㅎ)
“고급 논리 전개학(PH162)” 및 각종 교양 과제(심지어 바이올린 메이킹도 있습니다)에 과도한 시간 투자를 하질 않나…

저의 성향 때문에 똑같은 고통도 배로 받은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저의 어리석은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 한 명은 항상 (지금 보니 매우 진지했던 것 같습니다)

“황승민에게 12학점을 처방한다”

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번에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하면서 어쩌다 보니 더 강력한 “0 학점”을 처방받아버렸네요(?)

2. 잠시 접어둬야 했던 일들…

그렇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 동아리의 임원을 맡고 있었고, 올해 말까지 이루어질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고, 계속 방을 함께 쓸지도 모르는 룸메이트가 있었고, 오랫동안 먼 곳에 나가있으면 걱정을 많이 하실 분들도 있었습니다.

여행을 이미 결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 분 한 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기가 꽤 어렵더군요. (성격 상의 문제임).
그래도 말씀드리고 나니, 마음의 불편함을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

3. 유사-철덕, 유사-지리덕의 루트 선정 개입(…)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차 릴레이” 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진성 철덕, 진성 지리덕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라는 덕력을 가졌지만, 나름 잡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딱 그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여행을 함께하기로 결정한 순간, 여러 나라의 여객 철도편을 많이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루트에 하나 하나 집어넣어, “러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최남단까지” 육로(특히 철도)로만 이동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다만, 안전상의 이유, 지리적인 이유, 각종 번거로움을 이유로 다른 유형의 교통편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이용하긴 합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중국 칭화대 교환학생에 도전해 중국에 한 학기간 머무르며, 시간 날 때마다 중국. 곳곳을 방대한 철도망을 이용해 여행하려는 계획을 마음 속에 조금씩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지에, 중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나름의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고 해야할까요?

4. 간단한 여행 일정 소개

world 대략 다음과 같은 경로를 통해 여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정해진건 4-1 정도 뿐입니다.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4-1 구 소련 지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이르쿠츠크 -> 노보시비르스크 -> (카자흐스탄) 알마티 -> 누르술탄(구. 아스타나) -> (러시아)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

구 소련 지역 경로

(1)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기점입니다.
일정을 이상하게 잡는 바람에, 온전히 이 도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뿐입니다….?

(2) 이르쿠츠크
세계최대 담수호 “바이칼”을 보기 위해 들릴 예정입니다.

(3)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지역 최대 도시로, 시베리아 지역 중 유일하게 지하철을 굴릴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관광지로써 매력은 그닥… 입니다.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경유합니다.

(4) 알마티
소련 분리 독립 직후, 카자흐스탄의 첫 수도 기능을 한 도시이자 최대 도시입니다.
중국의 신장 지역과 굉장히 가깝게 붙어 있고, 톈산(天山)산맥을 끼고 있어 경관이 화려합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호수와 냉대림이 예뻐 보이던데, 잘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5) 누르술탄(구. 아스타나)
카자흐스탄의 수도입니다. 모스크바에 가기 위한 기차를 타기 위해 방문합니다.
2019년 3월 부로 이 도시의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카자흐스탄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기차가 그렇게 구리다는 말이 많던데… 흠…)

(6) 모스크바
(7)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두 도시입니다.
아마 볼 거리도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로지 철도로만 이동합니다.
카자흐스탄 국내 여객 철도를 제외한, 러시아 철로를 지나는 모든 열차는 러시아 철도청에서 예매를 할 수 있습니다. (최고!)
이 구간은 나름 스무스하고 비교적 말이 되는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평이한 루트로 여행 경험치를 쌓아야만 합니다(이후를 위해).

4-2 북유럽 및 동유럽

(핀란드) 헬싱키 -> 로바니에미 -> (스웨덴) 스톡홀름 -> 말뫼 -> (덴마크) 코펜하겐 -> (독일) 함부르크 -> 베를린 -> 드레스덴 -> (체코) 프라하 -> (오스트리아) 빈 -> (헝가리) 부다페스트 ->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 (불가리아) 소피아 -> (터키) 이스탄불

(8) 헬싱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9) 로바니에미
흔히 “산타마을”로도 많이 알려져 있더군요.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맥도날드도 있고, 여기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10) 핀란드-스웨덴 접경지역
이곳을 통과하면 국경을 육로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11) 스톡홀름
수도니까 한 번 방문해보고…?

(12) 말뫼/코펜하겐
스웨덴-덴마크 사이에 놓인 외레순대교(다리 + 해저터널)을 이용하면 열차로 이 구간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독일으로 가는 방법은 꽤 다양하게 있는데, 열차를 타고 서덴마크 지역으로 빙 둘러가거나, 열차 페리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열차 티켓은, 독일 철도청 홈페이지 bahn.de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독일 전역과 독일을 지나는 국제 열차는 물론, 유럽 대륙을 지나는 꽤 많은 기차의 운행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갓갓 사이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은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 합니다. 왜냐구요? 물가가 엄청나거…읍읍)

(13) ~ (15) 독일
함부르크, 베를린, 드레스덴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독일 고속열차 Inter City Express도 타 보았으면 합니다.
(말도 안되게 비싸다면 포기합니다 ㅎㅎ)

(16) 프라하
(17) 빈
(18) 부다페스트
(19) 부쿠레슈티
(20) 소피아
(21) 이스탄불
아직 여기는 자세한 일정이 없습니다. (모두 철도로 이동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정신이 조금 나갔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스웨덴으로 갈 때 분명 배편을 이용할 수도 있을텐데, 오로라를 보기 위해…? 또는 극한에 도전하기 위해 이상한 루트를 택했습니다. 얼어 죽지 않게 기도해주세요(?)

4-3 아프리카 및 두바이

(이집트) -> 카이로 -> 알렉산드리아 -> 카이로 ->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 ->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 (케냐) 나이로비 -> (탄자니아) 아루샤 -> 다르에스살람 -> (잠비아) 루사카 -> (나미비아) 빈트후크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22) 이집트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문화재도 문화재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 바다를 보고싶었습니다. 그리고 케이프타운에서 남쪽 바다를 보려고 합니다.
약간의 상징성을 위한 루트라 해야할까요…?

(23) 두바이
외교부에서 가지 말라고 한 곳은 안 갑니다(예를 들면 수단이라던지, 수단이라던지…).
카이로 - 아디스아바바 직항 항공편이 없는건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두바이를 방문하는 편도 티켓 두 장 가격보다 더 비싸더군요.
그래서 그러는 김에 이 도시를 좀 둘러보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4) 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의 수도입니다.
굉장히 저위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도가 높아 그만큼 덥진 않은 곳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서, 동쪽을 포함한 각종 국경지대는 풍토병과, 정치적인 이유로 그리 안전하진 못하므로, 여기만 둘러보고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25) 나이로비
케냐의 수도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26) 아루샤
나이로비에서 버스로 몇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근처의 도시에서 세렝게티 투어를 할 계획입니다.

(27) 다르에스살람
더 이상 탄자니아의 수도는 아니지만(국가 통합으로 수도가 이전되었다고 하더군요), 여전히 최대 도시에다, 각종 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더군요.
여기에서 잠비아로 가는 국제 철도 TAZARA 열차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사업권을 따내 건설했다고 합니다(…)

(28) 루사카
잠비아의 수도입니다.
이 근방에서 빅토리아 폭포를 볼 수 있을텐데, 간다 해도 우리가 갈 때는 물이 제일 적은 시기라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29) 빈트후크
나미비아의 수도인데, 잠비아에서 나미비아로 바로 가지 않으면 뭐 출입국 과정이 복잡하다나…? 그래서 바로 나미비아로 가는 계획을 잡았습니다.

(30) 케이프타운
케이프타운에서 아프리카의 남쪽 바다를 보려고 합니다.
이전에, 이집트에서 아프리카의 북쪽 바다를 본 것을 떠올려 보면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안전 등의 이유로 특정 국가를 우회하기 위해 항공편을 쓰는 것 이외에는 모두 육로로 이동합니다.

4-4 TBD?

더 있냐고요? 아마 4-3 이후의 자금 상황에 따라 옵션이 달라지기도 할 것 같은데…
밥도 굶을 지경이라면 “후원 문의 : OO은행 XXX-XXXX-XXXX” 계좌를 올릴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

5. 기차 안에서 지루해서 뭐해요?

추정하건대, 한 달 중 기차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합치면 7일이 넘어가는 기간도 있을 겁니다.
그럼 그 때 뭘 하나요?
(마리온을 들고가서 연습문제를 하는 끔찍한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역시, 베토벤 피아노는 빌헬름 켐프죠.
  • 저는 진심으로 “베토벤”을 좋아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Wilhelm Kempff 연주) 32 작품과, “베토벤의 9개 교향곡”(짝수번도요 ㅎㅎ), “베토벤의 현악 4중주” (Amadeus Quartet 연주) 일부(후기 위주로)를 가져가서 정주행을 할까 싶습니다. 이미 한 적 있지만, 곱씹어 볼수록 더 매력적인 베토벤입니다.
  • 조그만 핸드북을 한 두 권 챙겨갑니다. (아마 안 할 듯..?)
  • 여러가지 생각 정리, 기록하기를 합니다.
  • 동승객과 이야기를 나눌 여건이 된다면 그렇게 합니다.

6. 여행기는 페이스북과, 제 웹페이지에 올라옵니다.

얼마 전, 심심해서 블로그로 쓸 웹 페이지를 만들었는데요.
(테마 끌어온거라 코딩은 그다지 하지 않았습니다)

글도 몇 개 써봤습니다.
홍콩, 나고야 (TMI 주의) 여행 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원래, 꽤 진지한 학술적 내용도 다루려고 했지만, 어째 지금은 여행기만 잔뜩 있습니다 + 닥터후 드라마 후기 ㅋㅋㅋ)

(주소 : seungminhwang.github.io)

앞으로 여행하면서 든 생각들을 메모도 할 겸, 페이스북이나 이 웹페이지에 기록을 남길 것 같습니다.
가끔 심심하면 와서 구경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갈 때 아이패드만 들고가는데, git client도 없이 여기다가 글을 얼마나 잘 올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방법 알고 계신다면 추천좀 ㅎㅎ)

7. 마치며

그냥 지금 생각을 쭉 풀어봤습니다.

예전에는, 세계 여행을 포함해, 해외 여행만 하더라도 준비가 많이 필요한… 하나의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인터넷에 각종 정보가 흘러 넘치는 이 시기에서 “세계 여행”은 비록 예전만큼의 그런 묵직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기는 좀 어렵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신 나간 루트”를 계획하고 진짜로 실행하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아마 다르지 않을까…ㅎㅎ 라고 스스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생각만 하고, 말만 하다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이 여정을 걸을 수 있게 되어 참 기쁩니다.
학교를 벗어나 생각을 많이 넓히고 올 수 있으면 좋겠군요.

8월 26일에 출발합니다.
남은 일주일 동안 국제 미아 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러 가야겠군요 ㅎㅎ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있었는데 막상 닥치니 좀 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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